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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대통령선거

UCC를 대비하는 대선 후보자들의 전략은?

1월 23일 거창한 주제로 열린 행사에 갔다가 한숨만 쉬고 돌아나올 수밖에 없었다.
우리나라 UCC업계인 판도라TV와 패러디 문화를 이끌어 왔던 디시인사이드가 공동 주최한 'UCC를 활용한 대선 선거 전략 설명회'가 그것이다.

이날 행사는 처음 주최측과 통화를 했을 때와는 달리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많은 취재 인원이 참석하고 대선을 준비하는 후보자 캠프에서 참석한 것으로 보인다. 판도라TV측에서는 이날 행사 이후 각 캠프에 골드넘버 형태의 아이디를 추첨해서 준다고 했다.

그러나 실상, 행사의 내용은 판도라TV를 이용한 홍보 방안과 그 활용에 대한 설명회였다. 행사장 뒤편에는 직접 영상물을 올리는 방법을 시연하는 철저함도 보였다. 그동안 UCC라는 괴물을 직접 보지 못한 호기심 많은 정치권에서는 괴물의 실체를 보고 오히려 실망을 했을지도 모른다.

별 것도 아닌 영상물에 왜 그리 많은 사람들이 감동하고 펌질하는지 그 이유는 알 수 없었을 것이다.

이 행사에는 실상 중요한 무엇인가가 빠졌다.
판도라TV측이 준비한 대선 활용방안에 대한 설명을 마치고 본인이 황승익 이사에게 질문한 내용이 있었다. "19세 이하의 영상물 제작이 선관위에서는 불법이라고 하는데,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것이었다. 아직 구체적으로 준비된 것이 없다는 것이 답변이었다. 그것은 당연한 것이었다. 19세 이하의 사용자 자료를 모두 검색하여 차단하려면 회사 업무가 마비될 것이다.

정치권은 왜 사람들이 UCC를 만드는가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이날 행사에는 대선 후보자들이 UCC 영상물을 만들어, 타켓팅된 홍보 활동에 활용하라는 것이었다. 물론 판도라TV를 이용하라는 뜻일 것이다. 얼마전 한나라당 대선 예비 주자들이 UCC 영상물에 대해 삭제하는 선관위 요청이 있었다고 보도되었다. 텐트 안에서 얼굴을 매만지는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영상에 마빡이 노래를 곁들인 재미있는 영상이었다.
네티즌이 UCC를 만드는 이유는 기존의 언론 보도 등에 대한 불만이다. 언론 보도를 통해 나오는 식상하고 정제된 정치권의 뉴스에 대한 반발로 자신만의 1인 미디어 활동을 하는 것이다. 또, 그러한 창작물이 사람들에게 공감을 주고, 재미를 주기 때문이다.
기존 언론이 담고 있는 내용에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담겨져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학생들의 희노애락을 담았다고 하지만, TV 속 드라마 내용에는 유행가와 하이틴 스타만 가득하다. 주부들의 힘든 생활보다는 바람난 남편이 화면을 가득채우는 것이 대중 매체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주변의 일상적인 얘기이지만, 그 속에 나와 같은 또다른 이웃을 발견할 수 있어 UCC는 그렇게 각광을 받는 것이다. 정지권에 대한 쓴소리도 그러할 것이다. 국민의 쓴소리가 전달되지 않는 국회, 언론을 보고 한계를 느낀 사람들이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것이다. 또 그러한 목소리는 네티즌들의 네트워크를 통해 자연스럽게 전달되고 재활용되는 것이다.
우리들만의 1인 미디어, 그것이 UCC를 만드는 이유이다.

후보자들이 UCC 제작 노력은 또다른 코메디가 될 수도 있다.
분명 후보자 캠프 진영에서는 기존 UCC와 비슷한 영상물을 제작해, 지지자들이 펌질을 할 수 있게 하겠다는 전략을 세우고 제작자를 섭외하려고 할 것이다. 만약 그런 준비를 하고 있다면 당장 그 시도를 접기 바란다. 그동안 세계적으로 성공한 UCC 영상물은 보면, 값비싼 촬영장비와 고도의 편집기술, 기획력으로 이루어진 것은 하나도 없다. 1만 화소 짜리 핸드폰카메라, 10만원짜리 저렴한 디카를 통해 허술하게 제작된 것이 오히려 히트였다. 나쁜 화질때문이지만, 그 안에는 제작자의 정성과 재치가 느껴지기 때문이다. 또, 그 안에는 평범한 시민들이 공감하는 컨텐츠적 코드가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어느 방송사의 카메라맨도 만들 수 없는 영상물이다.

후보자들은 UCC를 통해 홍보하려고 하지 말고, UCC를 통한 유권자의 쓴소리를 들을 준비를 해야 한다.
대선 후보자들이 준비해야 할 전략은 바로 UCC를 통한 유권자의 목소리를 들을 준비를 하는 것이다. 그들과 교감할 수 있는 창구를 준비해 참여할 수 있는 정치 문화를 형성하는 것이 선거 전략일 것이다. UCC 제작물이 그렇게 널리 전파할 수 있는 이유는 플랫폼의 발전에 있다. 즉, 웹2.0 기반의 플랫폼 기술을 통해 쉽게 전파할 수 있는 네트워크 기반이 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기존 정치인들은 이러한 준비가 전무후무하다. 어디선가 들은바가 있어 네이버 블로그를 개설하고 싸이월드 미니홈피를 개설하고 있지만 적극적인 활용 노력은 전무후무하다. 단지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다고 하니, 자신을 알리기 위해 억지 춘향격으로 개설한 것 뿐이다.
299명의 의원들중 대다수가 블로그형 홈페이지 개설을 추가로 하고 있다. 그 속을 들여다보면, 자신의 홈보글이나 뉴스 기사가 태반이다. 해당 의원의 얼굴이라고 할 수 있는 홈페이지 관리는 의원실의 제일 막내인 인턴 사원의 몫이다. 왜냐햐면, 홈페이지 컨텐츠 운영이라는 것이 '그날 나온 의원의 기사 클립핑'해서 복사해 놓는 것이 고작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인턴비서에게 시키는 것이다.

정작 블로글하려 한다면, 트랙백을 활용해 다른 블로그들에게 접근하고, RSS를 활용해 적극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려는 노력이 있어야 할 것이다. 아직까지 그런 노력을 하는 국회의원 또는 정치인은 한명도 보지 못했다. 최근 설치형 블로그를 개설한 이명박 전 서울시장도 '그냥 블로그 집'을 지은 것 뿐이다.

대선을 준비하는 후보자들은 블로그, UCC를 하는 네티즌들과 소통할 수 있는 플랫폼을 수용하고, 그들과 함께 토론하고 소툥할 수 있는 준비를 하면 될 것이다.

23일 판도라TV에서 보여준 노무현 대통령의 '눈물' 영상물은 감동적이었다. 판도라측은 이러한 감동적 영상물로 네티즌에게 접근한다면,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는 것 같다. 잘 만드는 영상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제2의 눈물을 만든다고 해도 감동은 다시 오지 않는다. 02년 당시에는 볼 수 없었던 '시대적 감동'을 느낄 수 있는 네티즌과 국민이 있었기 때문에 '그런 감동'이 있었던 것이다.
대선 후보가 마빡이가 되어 자신을 찍어달라고 한다고 감동을 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