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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입법조사처의 인터넷실명제 관련 내용

국회 입법조사처에서 나온 <현안보고서 제3호(2008.8.28)>의 인터넷 실명제 쟁점(정치행정조사실 문화교육팀 입법조사관 김여라)에 대한 글을 살펴 봤다.

이글은 현재 이명박 정부와 여당이 추진하고 있는 인터넷 제한 중심의 법안 추진에 브레이크를 거는 공식 공공기관 문건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즉, 지난 여름 광우병 쇠고기 파동으로 인터넷의 익명성에 의한 역기능이 더욱 주목받았고, 그 과정에서 정부와 여당은 지금보다 더욱 제한함으로써 익명성에 의한 개인 피해 등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정부 주장은 표현의 자유를 막을 뿐 아니라, 익명성의 긍정적 측면을 제한하고 있어 자유로운 발전적 논의를 저해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표현의 자유 침해 인가, 개인의 인격권 보호인가?

우리나라의 경우 표현의 자유와 인격권의 우열을 가리기는 어려우며, 헌법 제37조 제2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과잉금지원칙이나 비례의 원칙 등에 입각하여 규범 조화적 해석을 하고 있는 현실이다. 즉, 비록 언론이 자유롭게 표현할 권리가 인정되지만 개인의 기본관과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미국의 경우 수정헌법 제1조(The First Amendment)는 언론자유와 관련하여 표현의 자유를 우월적인 권리로 보고 표현의 자유에 대한 침해를 개인의 명예에 대한 피해보다 더 심각한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인터넷상의 표현의 자유를 주장하는 이들은 특히 공공기관의 게시판은 다른 게시판보다 국민의 표현의 자유와 민주주의가 원칙적으로 더 보장되어야 하는 공간으로 어떠한 익명의 고발도 보장되어야 한다고 본다. 결국 사이버 명예훼손과 같은 범죄는 인터넷 이영과 관련된 법적인 선규제가 아닌 자율적인 자정운동에 의해 해결되어야 하는 문제이며 어떠한 경우에도 표현의 자유는 보호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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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나라의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일정한 대형 포털 사이트 등에 본인확인제를 도입하도록 하고 있다. 즉, 개인에 의한 명예 훼손 등이 발생할 경우를 대비하여, 수사의 편의성을 높이고, 익명성에 의한 피해를 줄이기 위한 제도이다. 그런나 실상, 우리 나라의 경우 과도한 본인확인제 적용으로 인해 사이버 공간의 고유한 성격인 익명성 보장을 크게 훼손하고 있다는 비판 의견이 많다.

위 보고서의 자료를 보면, 미국은 표현의 자유가 언론의 자유보다 우월하다는 헌법 규정이 있다는 것이다. 공공기관의 게시판 글에 대한 표현의 자유가 더욱 중요하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다. 우리에게는 이러한 표현의 자율성보다는 규제가 더욱 강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익명성 침해 인가, 사이버역기능 방지인가

인터넷의 익명성을 옹호하는 주장을 보면, 인터넷의 익명성은 이용자들에게 평등한 자격을 부여하며 솔직한 표현을 하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고 본다. 익명으로 작성된 글은 이를 작성한 이의 사회경제적인 지위(socioeconomic status)가 아닌 메시지 자체에 집중하게 하며 개인이 보다 평등하고 참여적인 상황에서 의견을 개진할 수 있도록 하는 순기능의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익명성이 가지고 있는 중요성을 명확히 지적하고 있다. 익명성을 흔히, 인간의 악한 측면을 강화하는 기제라고 치부하곤 한다. 물론 익명성을 통해, 타인을 괴롭히는 것이 더욱 쉬워졌을지 모른다. 그러나, 권력이 있는 사람은 절대로 익명성을 이용하여 자신의 욕망을 채우지 않는다. 그만큼 제도나 미디어 등에 대한 절대적인 힘이 있다고 자부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이러한 권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권능을 침해받는 것을 경계하기 때문에 익명성의 역기능이 더욱 부각되는 측면이 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이러한 익명성은 사회적 과정의 하나 일뿐이다. 사이버공간이 없었던 그 예전에도 화장실 낙서, 대자보 등 미디어 권력에 대응하는 익명적 공간은 존재했고, 권력자들로부터 경계되고, 탄압이 되어 왔다는 사실이다. 익명으로 작성한 글과 논의가 가지는 지유로움은 평등을 보장해주면서 더욱 넓은 참여와 기존 제도에서 벗어나는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소중한 자산이 된다.

미국의 관례를 보면, 미 연방대법원은 1995년 맥킨타이어 대 오하이오 선거관리위원회 사건(McIntyre v. Ohio Elections Commissoin)에서 "익명성은 악의적(pernicious)이라기 보다는 옹호(advocacy)와 이견(dissent)이 허용되는 자랑스러운 전통"이라고 간주하였다.

미국 연방대법원의 판결에 따르면, 익명성은 '악의적이라기 보다는 옹호와 이견이 허용되는 자랑스러운 전통'이라고 했다. 그들은 커뮤니케이션의 상호작용이 갖는 이치를 법이라는 제도안에 적용한 것이다.

앞으로, 2008년 정기국회를 앞두고, 여당과 정부는 인터넷 관련 제한 법안을 쏟아 놓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보고서가 의미 있는 것도 이런 시기에 인터넷의 익명성 공간에 대한 객관적 조명이라는 측면이 있다. 지난 여름 촛불문화제 이후, 마녀사냥 하듯 네티즌을 무작위로 처벌하는 지금의 모습을 비추어 볼때, 앞으로 관련 법안의 통과는 자명할 듯하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제도와 법안으로 네티즌을 막을 수 있어도 그들의 진실과 대화에 대한 욕망을 막을 수 없다는 것이다. 천개의 고원을 떠돌며, 새로운 땅을 찾는 유목민처럼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 낼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