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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광장 사용 여부를 정부에 건의할 것이면, 앞으로 광장 사용 신청 청와대로 변경하라

@오마이뉴스


그동안 서울시청 광장의 사용 문제를 놓고 서울시와 오세훈 시장이 골치가 아팠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처음 노전대통령의 서거 직후, 덕수궁 대한문에 시민들이 차려 놓은 분향소를 경찰 병력을 동원해 철거하려고 했다. 그리고 국민적 반감이 높아지고 애도 분위기가 거세지니 대한문 분향소는 놓아두고 그 앞만 닭장차를 동원해 에워싸는 웃기는 행위를 벌였다.

정부는 이번 장례를 국민장으로 치르겠다고 했고, 모든 지원과 정부 분향소 설치를 약속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좀처럼 대한문 앞의 닭장차와 경찰 병력은 치워지지 않았다. 그들은 경찰이라기 보다는 장벽이라는 느낌이 들 수밖에 없다. 국민들은 불편하니 '치워달라"는 것이다. 결국 100만에 가까워지는 추모 열기에 의해 대한문의 철벽은 조금씩 물러나고 있지만 서울시청 광장은 여전히 닭장차벽이 존재하고 있다.

마치 작년 6월 청와대를 향해 분노의 발걸음을 옮겼던 군중을 가로 막았던 이른바 '명박산성'처럼 말이다.

서울시청 광장의 사용에 대한 시청의 변명은 다채롭다. 24일 민주당이 추모 행사를 하겠다고 허가 신청을 냈다. 그러나 시청은 정당행사는 허가할 수 없다고 불허 방침을 냈다. 이미 언론에는 민주당이 상주로서 대체하겠다고 발언한 직후이다.

경찰은 더욱 웃긴다. 허가권자인 시청에서 불허하고 있는 상황이라 어쩔 수 없다고 한다. 그럼 결국 시청의 사용여부는 서울시청의 판단이라는 것이었다. 많은 네티즌들은 서울시청 게시판으로 득달같이 달려 갔다. 시청을 개방하라고.

그러나 무엇이 무서운 것인지. 편안한 대한문의 조문 행렬을 보면서 무엇이 그리 두렵다는 말인지 모를 일이다. 급기야 5살 아이가 촛불을 들고 대한문으로 접근한다는 이유로 경찰이 막아서는 웃지 못할 촌극이 벌어졌다. 한밤중의 경찰과 5살 아이의 대치 상황이 이 나라 경찰 아니 '견찰'이라 불리는 사람들의 코메디이다. 

오늘 기사에 오세훈 시장의 떨리는 목소리가 들려 온다.

오 시장은 "정치성을 배제할 수 있느냐. 폭력이 절대로 일어나지 않겠다는 약속을 할 수 있느냐"고 묻고선 "시민단체 측이 비정치.비폭력을 보장한다면 서울시는 행사가 개최될 수 있도록 정부에 적극 건의하겠다"고 말했다. 

오시장 "서울광장 개방 정부에 건의"(연합뉴스)

결국, 오세훈 서울시장은 광장의 허가업무믈 맞고 있는 관청의 책임자로서 권한을 포기한 것이다. 지금까지 네티즌이나 시민들이 주장했던 정부의 눈치 보기, 정부압력 등에 대한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는 것이다. 서울시장이 개방하겠다고 결정하면 될 것을 정부에 건의하겠다는 것은 시청광장 불허 방침에 정부의 의중이 들어 있다는 맥락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서울시청인터넷홈페이지 자유게시판



오세훈 시장은 추모행사 주최측과의 간담회에서, 비정치, 비폭력을 다짐받으려고 한다. 추모 행사에 참석하는 국민들의 모습을 보지 못했나? 아이들의 손을 잡고, 지하도 입구에서 부터 3,4시간을 기다리며 추모를 하고 들아가는 시민들은 평화로울 뿐이다. 그들 자체가 비폭력이고 비정치이다. 

당장, 광장을 열어야 한다.

지금까지 견디어 왔던 시민의 모습이 폭발을 할 지 모를 일이다. 연결식이 진행되고, 경찰의 방호벽 너머에서 운구차량을 슬척 볼 수 있는 환경이라면 눈물이 앞으로 가려 아무 것도 보이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