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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6.4재보궐, "한나라당의 참패, 어부지리한 민주당"

한미쇠고기 국면 속에 6.4재보궐선거가 어제 치루어졌다. 선거에 돌입한 15일전 시점에서는 민주당의 긍정적 선거 결과를 단언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아직까지 쇠고기재협상을 요구하는 국민촛불집회가 국민적 지지를 얻기 이전이기도 했다.

그런데, 쇠고기재협상이 반MB 투쟁으로 전환이 되면서 그동안 인내했던 국민의 분노가 폭발하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론의 동향은 이상할 정도로 냉담했다. 최근까지 나온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한나라당의 정당지지도는 30%중반대로 유지가 되었다. 반면 통합민주당의 지지도 역시 10% 중반에서 꼼짝도 하지 않았다. 물론 이명박대통령의 국정운영 평가에 대해서는 부정적 입장이 20%대에서 10%대로 하락하고 있는 시기였다.

초미니재보궐선거에 대한 기대감은 없었다
이번 6.4재보궐선거는 국회의원과 광역단체장이 없는 초미니재보궐선거였다. 풍문에 접한 소문에 의하면, 선관위 자체 조사에서도 이번 재보궐 선거 투표율을 역대 최하인 10%대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들렸다. 그도 그럴 것이 선거의 크기도 작고, 대선과 총선 이후 선거에 대한 국민 피로감도 높아졌다.

또한, 낮은 지지를 받은 대통령 이명박의 기대감이 집권 100일도 안되서 실망으로 돌아섰다. 또, 총선에서 한나라당의 압승을 보여준 투표 결과에 의해 투표 참여자의 긴장감은 사라지는 과정에 있었다. 그래서 나 역시 이번 선거는 별다른 변수가 없다면 10%의 투표참여율과 무소속의 약진이 두드러질 것이라 보았다.

언론은 재보궐에 대한 과도한 의미 부여 조짐
언론의 재보궐 태도에 대해서도 문제가 있었다. 재보궐 선거를 두고 언론은 일제히 'MB정권에 대한 민심향배 첫가늠대' 또는 '정권 평가'라고 규정했다. 어느 정도 의미 있는 기준점을 될 수 있을 것이나, 대선과 총선에 연이은 초미니재보궐선거에 대해 과한 의미부여였다.

어쩌면 이러한 언론의 기준점이 혹여 MB정부에 대해 면죄부를 주게 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우려가 앞섰다. 그러나 분명히, 국민은 그런 방식으로 투표를 해야 하지만, 언론은 그러한 주장에 비해, 환경 조성은 없었다. 무관심한 언론 태도 속에서 분명 낮은 투표가 진행될 것이고, 결과적으로 정부 평가가 될 것이라는 것은 터무니없는 것이 된다고 봐야 한다. 정부의 첫가늠대가 될 것이라면 그만큼 언론은 재보궐 선거에 집중해서 민심의 향배를 타진해 봐야 했지만, 선언만 했을 뿐, 언론은 뒷짐지고 뻔한 결과를 기다리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수도권지역 기초단체장 민주당 2개, 무소속 1개 당선
통합민주당은 서울 강동구청장과 인천 서구청장 선거에서 승리했다. 경기 파주시청장 선거에서는 무소속 후보가 당선되었지만, 당선자 서장원 후보 역시 이전 열린우리당 전력으로 본다면 분명히 민주당의 수도권 압승은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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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일보 6월 5일자>

그런데 문제는 민주당의 자력으로 선거를 승리했는가라는 점이다. 최근나온 중앙일보 여론조사에 따르면, 통합민주당은 15%대로 조사되었다. 서울지역을 보면, 통합민주당 이해식후보는 53%, 한나라당 박명현 후보는 39%를 득표했다. 박후보는 한나라당 정당지지도와 유사하게 득표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해식 후보는 53%라는 압승을 했다. 정당 지지도 15%를 고려해 본다면, 통합민주당을 지지하는 유권자 외에 38%가 이해식 후보를 선택했다는 것이다. 그들은 왜 민주당 후보를 선택한 것일까?

반MB정서가 민주당의 어부리지로 연결
분명 기존 한나라당의 열성 지지층은 한나라당을 버리지 않았다. 이전 선거를 기억해보더라도 한나라당 지지층은 확고부동하다. 노무현대선때도 그랬고, 탄핵의 17대 총선때도 그랬다. 결국은 움직이는 30%의 유동층의 향배가 민심의 풍향계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어떤 사람인지를 파악하는 것이 향후 정치 지형의 주요 포인트가 될 것이다.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의 압승은, 결과적으로 쇠고기재협상에 대한 국민의 분노였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수도권 지역의 선거분위기는 그리 낙관적이지 못했다. 그런데 5월 31일 대국민집회와 정부의 폭력 진압, 3일에 재협상하려다가 미국의 냉담한 태도에 국민의 비웃음을 사게 된 일련의 사건이 현 정부에 대한 극도의 불신으로 이어지고 급기야 한나라당 후보에 대한 보이콧 현상으로 표출되었다. 그것은 반MB에 대한 국민 평가이지, 대안세력으로 통합민주당을 선택했다는 국민여론은 아니라는 점이다.

결국은 지난 10여 년간의 투표 결과를 좌우하는 30%의 힘이다. 그들은 진보와 보수를 웃고 울게 만들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그들의 정체, 생각, 생활방식에 대해 명확히 아는 사람이 없다. 어느 정당도 그들에게 손내밀고자 시도하는 사람도 없어 더욱 안타깝다. 연세대 사회학과 김호기 교수 역시 이러한 구도에 대해 동감하는 듯하다. 김교수는 이전 선거 득표수를 계산해보면, 진보와 보수 진영의 득표수는 고정되어 있다고 했다. 노무현의 당선 역시 고정된 숫자에서 비정상적인 상황이 벌어지고, 유보층의 향배로 힘이 실린 결과라고 보았다. 탄핵도 그랬고, 이번 선거 결과도 그랬다.

이런 결과는 첫째, 우리 사회가 이미 보수와 진보라는 구도가 고착화되었다는 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더이상 진보와 보수라는 과거 방식의 정치지형은 변화를 추동하는 원동력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어제 촛불집회에 참여한 박사모 회원들은 보수이지만 쇠고기를 반대하는 것이다. 즉, 보수와 진보 사이의 새로운 전선이 만들어지지 않는 한, 변화를 없을 것이다.

둘째는, 새로운 정당 지표의 수립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그동안 열린우리당 혹은 민주당은 진보와 보수 사이에 대안이념으로 중도노선을 표방했지만, 그것 역시 해답은 아니었다. 중도라는 어정쩡한 정의가 아닌 분명하고 새로운 이념 지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 방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