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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대통령선거

판도라TV 는 선관위의 신보도지침을 따르는가? "동영상삭제위한ID제공"발언에 대해

서명덕 기자의 블로그에 희안한 기사를 보고, 놀라울 따름이다.

인터넷을 향산 신보도지침인가?

이전 80년대 5공화국 시절에 안기부 직원이 언론사의 한쪽 사무실에 들러 붙어 앉아 보도지침에 따른 기사를 쓰도록 강요하고, 데스크를 불러 수정하도록 하고, 이른바 '첨삭지도'까지 했다는 말을 들었다. 이러한 사실은 이른바 보도지침 이라는 기사로 월간말지에 폭로되어 80년대의 암울한 언론 상황을 비추는 대표적인 키워드로 통한다.

오늘 내가 놀란 기사는 바로 판도라TV 가 선관위라는 새로운 권력 기관의 보도지침을 받는구나 하는 것이다.

이 기사에 보면,
박인철 상무 “동영상 게시판 및 동영상 저작도구 출시 예정”

선관위 관계자와 긴밀하게 논의한 결과 올라온 영상 중 문제가 될 수 있는 것을 삭제할 수 있는 관리자 계정(ID)를 제공했습니다. 선관위에서 모니터링을 직접 하게 될 것입니다.”
박인철 판도라TV 상무(사진)는 29일 오전 홍익대 와우관에서 열린 ‘리얼UCC 콘퍼런스’ 행사에서 이같이 말해 관심을 끌고 있다.
‘UCC 트렌드 & 마케팅’이란 강의 직후 진행된 청중과 질문답변에서 그는 “최근 판도라TV가 공직선거법상 ‘언론사’로 지정을 받으면서 가장 자발적인 대응을 해 주고 있는 곳은 다름 아닌 사용자(유저)들”이라며 “선관위가 항의를 많이 받으면서 조금씩 완화 정책을 발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선관위와 논의한 결과 직접 모니터링 해 문제가 있는 영상을 삭제할 수 있도록 ID를 제공했다”고 말했다.


판도라TV의 삭제가능한 ID 선관위 제공설, 분명한 진상규명이 필요하다

박인철 상무라는 분을 아직 뵙지 않았지만, 선관위와 긴밀하게 논의한 결과, 올라온 영상을 직접 삭제할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 요지이다. 또 하나, 판도라TV가 언론사로 지정을 받으면서 사용자가 자발적인 대응을 해주고 있다는 것도 이해할 수 없는 표현.
(물론, 서명덕 기자의 위 포스팅 후반에 보면, 박인철 상무의 발언 사실 여부가 불분명한 것으로 나와 있다. 선관위도 위와 같은 결정을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해, 박인철 상무가 잘못 인지하고 말했다는 것. 그러나 서기자가 지적했듯이, 한 회사의 상무정도 직급이면 최고위 관리자인데 이런 사실을 잘못파악했다는 태도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본인이 봤을 때, 이러한 사실에는 오해가 있을 수 있지만 판도라TV에서 과잉충성한 흔적도 엿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먼저, 판도라TV는 최근 언론사로 선관위에 규정되면서 나름대로 사용자에게 변명꺼리를 제공받은것으로 보인다. 판도라TV는 이미 본인을 포함한 여러 사람들이 모인 자리에서 선관위의 제재에 대응하기 힘들다는 표현을 했다. 대선UCC사이트에 상식적인 표현 조차도 하나하나 제한받는 것을 골치아파했다.

그런데 문제는 판도라TV쪽이 사용자의 중심이라기 보다는 자신의 사업적 영리를 편히 가져가기 위해 조금씩 이동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인터넷 언론사로 말도 않되는 규정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순순히 수용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다. 차라리, 언론사로 규정받고, 사용자의 UCC와 과도한 트랙백을 이용해보자는 것은 아닌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두번째, 선관위나 판도라TV 둘 중 하는 거짓말을 하거나 둘 다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아무리 관리가 힘들고, 그 기준이 모호하다고 할지라도 선관위라는 단속기관에 자신들의 고유기능이 관리자 ID를 부여하는 이해안되는 충성을 왜 보이고자 했는지 알 수 없다.

설사, 선관위에서 그런 요구를 먼저해 왔다고 하더라도, 판도라측은 과감하게 거부했어야 맞다. 박인철 이사의 발언으로 봤을 때, 판도라측은 순순히 따르고도 남았을 것이다. 설마 사용자들이 선관위 직원이 직접 삭제한다고 생각하지 않겠지 하고.

나는 솔직히 다른 의혹이 생긴다. 나도 인터넷신문 몇개에 관여하고 있는데 이런식으로 관리를 하고 있다는 말은 못들었다. 직접 삭제 권한을 부여한 ID를 제공해 선관위가 직접 관리한다는 '몰상식한 행동'. 앞에도 말했지만, 이것은 분명 신보도지침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선관위 혹시, 다른 대형 포탈에서 이와 유사한 서비스를 받고 있는 것은 아닌가?

혹시, 네이버, 다음 등 영향력있는 포털이나 사이트에서 그런 협조를 받고 있는 것은 아닌가? 이미 그런 협조를 받고 있어서 자유롭게 네티즌들의 비밀글도 파악하고 아이디도 자유롭게 조사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설마, 포털 사이트 회사의 한쪽 구성에 선관위의 비밀 직원이 있는 것은 아닌가?
별의별 상상을 해보게 된다.

판도라TV가 주최한 한 토론회에서 자신들이 언론사가 되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해 말을 한 적이 있었다. 그러한 규정을 받아들이는 것조차 어려웠지만, 어떤 기준으로 어떻게 운영해야 하는지 모호하다는 것이다.
일례로 각 대선 후보자의 영상을 메인으로 내올때 순서나 기준을 정해야 하는데 그것을 일일이 후보자 캠프에 동의를 얻고자 한다고 했다. 조중동 어느 신문도 대선후보자 인터뷰 기사를 싣는데 동의를 얻는 곳은 없다. 판도라가 언론사의 기능을 한다면 사용자나 국민의 의식을 먼저 파악하고 자신들의 편집기능과 권리를 만들어 독특한 기사나 정보를 제공하고자 하는데 노력해야지, 공정한 언론이라는 구실로 중립지대에 서있는 어정쩡한 태도를 보이는 것은 이해할 수가 없었다.

판도라TV, 사용자 중심 서비스와 마인드 가져야

이번 기사를 보면서 판도라TV의 운영 문제에 대해 참으로 실망할 수밖에 없다. 사용자들이 판도라TV에 UCC를 만들고 공유하고 즐기는 이유는 언론사의 재미없고 뻔한 프로그램에 식상해져 있기 때문이다. 자신이 만든 재미있는 프로그램을 함께 공유할 목적, 즐기기 위한 목적으로 판도라에 들어가는 것이다. 그런데, 그런 중간중간 누가 내 프로그램을 단속하고 있다는 기분 나쁜 눈이 있다고 생각해보면 소름이 끼치는 노릇이다.

판도라TV는 UCC를 만들어 제공하고 사이트의 트레픽을 올려주는 네티즌에게 감사해야 한다. 그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판도라가 존재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런데 갈수록 그들을 자신들의 사업방식, 자신들의 입장에 가두려고 해 안타까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