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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미디어동향

합리적 보수주의자의 "팟캐스트 윤여준"를 들여다보기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의 인터넷 팟캐스팅 서비스가 시작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첫 방송을 들어 봤다. 지난해, "나는 꼼수다" 팟캐스팅 이후로 유행하기 시작한 팟캐스팅에 대한 젊은 층의 관심을 고려한다면 국내 팟캐스팅 방송의 저변확대라는 측면에서 윤여준 전 장관의 팟캐스팅은 그리 놀라운 일만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보수주의자들의 뉴미디어 진입?

그렇지만, 윤여준과 팟캐스트는 그리 딱히 어울리는 "옷"도 아니다. 

팟캐스트라는 뉴미디어 자체가 가지고 있는 형식(form)에 맞는 내용(content)은 조금은 진보적이어야 혹은 도전적이어야 하는 것이 상식이다.  청취자 역시 남들 하지 않는 것을 한다는 자부심을 갖다보니, 심파조의  TV드라마나 9시 뉴스식의 고리타분한 방송을 원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새로운 보수의 내용이 팟캐스트라는 진보적 옷을 입고 등장하니 조금 당황스러운 것임에 틀림없다.  이런 형식과 내용을 진보와 보수의 형태로 나누는 행위, 어쩌면 고리타분한 이분법적인 사고라고 비판받을 수 있지만, 형식에 어울리는 내용은 중요하다. 그 이유는 바로 흥행 혹은 청취율 등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좋은 형식의 미디어에 최고의 내용을 담는다고 해도, 아무도 듣지 않는다면 진흙 속의 가려진 진주일 뿐이라는 것이다. 그렇기때문에 미디어에 있어서 형식은 내용을 담보하는 것이고, 내용은 잘 갖추어진 형식을 발전시키고 확산시키는 원동력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보수적 정치를 하는 사람들이 조중동 등 보수신문 언론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보수적 언론 컨텐트에 적절히 어울리는 매체 형식이기 때문이다. 조중동을 보는 보수적 시각의 사람들이 해당 매체를 많이 보고 있고, 익숙하기 때문에 인터넷 매체보다 '종이신문' 등을 더 선호하는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보수주의자 윤여준의 팟캐스트는 파격일 수 있다. 


팟캐스트 윤여준의 파격인가? 오히려 미디어 성격의 변화로 봐야 하지 않을 까

보수주의자 윤여준의 방송에 대한 새로움은 방송을 들어보면 조금은 이해된다. 나꼼수식의 신랄한 비판과 욕설은 없다. 조용한 일요일 아침 방송에서 볼법한 명상 방송 같은 편집과 톤이 느껴진다. 차분하다. 이게 윤여준식의 팟캐스트인가보다. 


그런데, 첫 방송의 전반부에 보면, 윤 전장관이 팟캐스트를 하게 된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사람들이 혐오하는 정치를 극복하고자 한다는 내용이다. 일상의 많은 것이 정치로 결정되는데, 정치를 너무 폄하하지 말과 관심을 가져야 한다, 뭐 이런 교훈적 내용과 취지를 밝히고 있다. 어쩌면, 다른 정치인들이 이런 말을 TV에 나와서 했다면, 오히려 진정성을 느끼지 못했을 것이다. 그런데, 팟캐스트를 통해 전달되는 묵직한 윤여준식의 도덕적 메시지는 이전의 다른 "꼰대식 메시지"들과 다른 무게로 전달되어 왔다. 아마도 그것은 새로운 시도를 선택한 윤 전 장관의 과감한 도전, 그리고 경험에서 나오는 진정성 등이 잘 묻어 나오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이러다가 윤빠되는 것은 아닌지.^^)


윤여준이 보수에서 진보로 변화를 한 것일까?

그렇지는 않다. 지난 대선에서 윤여준은 민주당의 문재인 후보 캠프에서 통합위원장으로 활동했다. 그리고 답보상태였던 문재인후보의 지지율 회복을 위해, 구원투수로 찬조연설에 투입되어 회자되기도 했다. 그의 연설로 인해 문재인 후보에 대한 보수 유권자들의 지지세가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었다. 진보 혹은 개혁을 대변하는 인물이라고 "정치 세탁"을 했더라면, 이렇게 가볍게 나서지는 않았을 것이다. 나름 백의종군 하겠다는 각오를 엿볼 수 있었다고 평가한다. 


팟캐스트 윤여준의 첫 방송에서는 그가 가진 보수의 색채는 변화하지 않았음을 입증시켜준다. 보수라는 자신의 정치적 철학을 내던지지 않고 있다. 서슴없이 김영삼 정부 시절의 인사시스템을 인용해 박근혜 당선인의 인사 문제를 꼬집고 있다. 우리가 생각할 때는 '그 나물에 그 밥'이라고 하겠지만, 윤여준은 그 차이를 발견해 바판하는 경륜을 보이고 있다. 

 

또한, 보수의 아이콘인 '안보' 문제에 있어서도 보수주의자의 분명한 시각을 통해 박근혜 정부의 우려를 주장한다. 안보가 더욱 우선해야 하는데 안보와 국방을 동일시하려는 측면을 비판하고 있다. 어치보면, 보수를 미분하여 착한 보수와 나쁜보수로 구별짓는 좋은 보수 전도사가 나왔다는 느낌마저도 받았다.


이번 팟캐스트 윤여준을 볼 때, 최근 대선을 견준어 볼 필요가 있다. 진보는 너무 안일하고 준비가 소홀하다는 것이다. 보수는 자신들이 가진 것을 필사즉생의 각오로 지켜서 빼앗기지 않기 때문에 목숨 걸도 싸웠다는 것이다. 최근의 새로운 도전과 노력들을 보면, 진보보다 보수의 노력이 더욱 발빠르고 효과적이었다는 점이다. 


그런면에서 팟캐스트 윤여준은 착하거나 합리적인 보수주의자의 '좋은 정치 에세이'를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는 점에서 반가울 따름이다. 그라나, 한편에서는 진보주의자들은 스스로 만들어 내지 못하고, 남들이 해 줄때까지 기다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반성해 봐야 할 것이다.